투자에서 인과관계란 무엇인가

결론을 내리려는 글이 아니라, 의문을 기록하고 조사한 걸 남겨두는 글.

왜 이 질문인가

투자 정보를 다루다 보면 다들 인과관계처럼 말한다. "금리가 오르면 성장주가 빠진다", "달러 강세는 신흥국에 악재다". 근데 이게 정말 인과관계인지, 그냥 같이 움직이는 걸 그럴듯하게 포장한 건지 계속 걸렸다.

진행 중인 개인 프로젝트와 대학교 Capstone 프로젝트에서 투자 정보 간 인과관계를 '온톨로지'로 구조화하려고 하는데, 그 관계의 화살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의가 안 되면 다음 단계로 못 넘어갈 것 같았다. 그래서 이 시리즈 첫 글로 이 질문 하나를 나에게 계속 던지며, 조사하고자 한다.

상관관계와 인과관계

가장 먼저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구분하고자 했다. 근데 Judea Pearl을 찾아보니 한 걸음 더 들어가는 것 같다. — 모든 인과적 결론 뒤에는 관찰만으로는 검증할 수 없는 인과적 가정이 항상 깔려 있다는 것. 데이터를 아무리 많이 모아도 그 자체만으로는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없다는 얘기다.

Pearl은 이걸 다루려고 do-연산자(개입)와 방향성 비순환 그래프(DAG)를 도입했다. 핵심은, 인과관계는 관찰이 아니라 개입으로 정의된다는 것. "금리가 오른 세계에서 수익률이 얼마였나"와 "중앙은행이 금리를 안 올렸다면 수익률이 어땠을까"는 완전히 다른 질문이고, 후자가 진짜 인과 질문이다.

문제는 금융시장에서는 이 반사실 세계를 실험으로 못 만든다는 것. 통제된 실험이 불가능한 도메인이라 이론적 가정 없이는 풀리지 않는 문제인 것 같다.

Granger causality — 이름과 실체

금융 계량경제학에서 제일 많이 쓰는 "인과관계" 검정이 'Granger causality'인데, 찾아보니 이름부터 문제다. 계량경제학자들 스스로도 이 검정이 "예측적 인과관계"만 찾아낸다고 인정하고, Granger 본인도 나중에는 "시간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정도로 표현을 낮췄다고 한다.

더 걸리는 부분은 — X와 Y가 둘 다 제3의 공통 요인 때문에 움직이는 경우에도 검정 결과는 여전히 "X가 Y를 인과한다"로 나올 수 있다는 것. 실제로 X를 조작해도 Y는 변하지 않는데 말이다. confounder가 있으면 통계적으로는 인과처럼 보이지만 실제 개입 효과는 없는 상황이 얼마든지 생긴다는 뜻.

실제 사례도 있었다. 농산물 선물시장에서 인덱스 투기가 가격 버블을 일으켰는지 논쟁에서, 이 방법을 쓴 연구 대부분이 명확한 인과 연결을 못 찾았다. 제일 널리 쓰이는 도구로도 증명이 안 됐다는 게 오히려 이 방법론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 같다.

반사성 — 화살표로 안 그려지는 문제

여기가 제일 흥미로웠다. 조지 소로스의 반사성(reflexivity) 개념. 금융시장은 미래를 정확히 할인하는 게 아니라 미래를 만드는 데도 관여한다는 주장이다. 특정 상황에서는 시장이 자신이 반영해야 할 펀더멘털 자체에 영향을 주고, 그때 시장은 효율적 시장 이론이 말하는 정상 상태와는 다르게 동적 불균형에 들어간다.

모든 버블에는 두 요소가 있다고 한다 — 현실의 근본 추세, 그리고 그 추세에 대한 오인식. 이 둘 사이에 긍정적 피드백이 생기면 붐-버스트가 시작된다. 2008년이 자주 인용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 집값은 오르기만 한다는 믿음이 행동과 현실 사이에 피드백 루프를 만들었고, 그 루프가 다시 믿음을 강화했다.

이게 왜 걸리냐면 — 원인과 결과가 순환 구조라서다. 믿음이 가격을 만들고 가격이 다시 믿음과 펀더멘털을 만든다. DAG처럼 방향 고정된 화살표로 이 구조를 못 그린다. 온톨로지 엣지 하나로는 이 구조를 표현 못 할 것 같은데, 아직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실무에서 쓰는 우회로

이론적으로 순수한 증명이 안 된다고 아무것도 안 하는 건 아니다.

  • 이벤트 스터디 — 정책 발표, 실적 서프라이즈처럼 시점이 명확한 사건을 준자연실험처럼 보고 전후를 비교. 개입 시점이 뚜렷하다는 점에서 do-연산자에 제일 가까운 실무적 접근.
  • 구조적 모델 + 이론 선행 — 데이터로 인과 구조를 발견하는 대신, 이론이 먼저 메커니즘을 가정하고 데이터는 크기만 추정. 검증 불가능한 인과적 가정을 이론에서 가져오는 셈.
  • 다변량 확장 — confounder 문제를 완화하려고 변수를 최대한 많이 포함. 근데 "충분히 많은 변수"라는 기준 자체가 애매해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은 꽤 오래전부터 있었다.

지금 드는 생각

정리하면, "인과관계"라는 말이 최소 세 가지를 가리키는 데 쓰이고 있는 것 같다.

  1. '예측적 선후관계' (Granger 류) — 사실 정교한 상관관계에 가깝다.
  2. '개입-반사실 구조' (Pearl 류) — 진짜 인과에 가깝지만 금융에서는 이론적 가정 없이 식별이 안 된다.
  3. '피드백 루프' (Soros 류) — 애초에 단방향 화살표로 안 그려지는 구조.

프로젝트들의 온톨로지를 설계할 때 이 셋을 하나의 관계 타입으로 뭉치면 안 될 것 같다. 최소한 예측적 선행성, 개입 기반 인과, 피드백 루프는 따로 구분해야 나중에 "이 관계를 얼마나 믿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근데 이걸 실제로 스키마로 어떻게 나눠야 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다음에 풀 질문

  • 반사성이 강한 구조에서는 "인과관계 발견" 자체가 무의미한가, 아니면 다르게 정의해야 하는가?
  • 온톨로지에서 관계의 강도/신뢰도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 이벤트 스터디처럼 시점이 명확한 준자연실험을 자동으로 탐지할 수 있을까?

Sources